회복적 학교 만들기 3년의 실험
- 한 초등학교의 시도 -
이재영
2012년 이후, 한국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많은 학교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확산해왔다. 그럼에도 해를 거듭할수록 개별 교사의 생활지도 역량을 높이는 것이나, 학교에서 부분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해왔다. 한계에 봉착한 회복적 생활교육이 현재의 생활지도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의 문화를 바꾸려는 학교 전체의 노력으로 통합적인 접근을 해야 하고,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는 교육철학이자 생활교육 방식이 돼야 한다는 것이 회복적 생활교육을 접한 일선교사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었다. 결국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회복적 생활교육은 부분적 실천을 넘어, 회복적 학교를 만들려고 하는 시도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런 장기적 관점의 시도에 동의하는 학교가 나타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이해가 아직 길지 않은 한국에서 학교 구성원 전체의 동의를 얻는 것과 장기적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다는 것은 현실 속에서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17년부터 3년 동안 회복적 학교 만들기 실험을 꾸준히 해온 학교가 있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은 2015년부터 회복적 정의와 회복적 생활교육에 관심 있는 경남의 교사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후 경남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통해 지속적인 교육을 해오면서,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를 받은 연구회 교사들이 개별교사를 넘어 학교 전반적 변화에 필요성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회복적 학교를 통한 회복적 도시 만들기를 시도하는 데 관심이 높아졌다. 그 결과로 2017년 경남도교육청의 행복지구 사업 담당 부서에서 김해 행복교육지구 사업 중 하나로 ‘회복적 학교 만들기를 거점으로 하는 회복적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고, 관심과 필요가 맞는 학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관계자들의 추천과 핵심 교사들이 관심을 보인 ‘김해봉황초등학교’가 자원을 하게 되었다. 학생 수 700여 명에 교직원 75명이 함께 일하는 나름 큰 초등학교인 이 학교가 관심을 보인 이유는 행복학교(경남형 혁신학교)로써 학교 문화에 좀 더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교사들의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간 교사들을 어렵게 하고 있는 생활지도에 대한 부담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돌파구에 대한 갈망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학교를 중심으로 회복적 학교를 만드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게 되었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KOPI는 교육내용 기획과 교육을 담당하고, 전체적 행정 운영 코디는 행복지구사업팀이 맡아주었다.
1년차 - 교육과 훈련
2017년 새 학기 시작 전인 2월 말에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회복적 생활교육 소개 워크숍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4월이 되어서야 진행할 수 있었다. 4월 초에 있었던 소개 워크숍에는 교장, 교감을 비롯하여 전체 교사가 참여하는 것이 필수조건이었고, 기꺼이 모든 교사가 참여해주었다. 몇몇 교사는 다른 기회를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연수를 받은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 교사는 처음 접하는 내용이었다. 우선 회복적 정의의 개념과 이에 기초한 생활교육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학교에서 이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전달하는 시간이 있었고, 곧이어 김해 봉황초에 제안하는 3년 과정의 회복적 학교 만들기 전체 계획을 소개하였다. 이후 관리자와 교사들이 함께 앞에서 들은 내용을 기초로, 정말 회복적 학교 만들기를 할 것인지, 그리고 처음부터 모든 학년이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이므로 어떤 학년이 중심이 되어 할 것인지 등 구체적 논의가 이어졌다. 교사들은 열띤 논의 끝에 4~5학년 두 학년이 중점학년이 되어 회복적 학교 만들기를 진행하기로 결의하였다. 비록 처음이라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날 회복적 학교에 대한 개념 소개와 자체적 동의 과정이 없었다면 3년이란 긴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첫 시간을 교장, 교감을 비롯하여 모든 교사가 함께했다는 것이 앞으로 진행될 장기적 교육과 실천에 매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회복적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첫 해의 목표는 교육훈련을 통해 학교 구성원들이 회복적 생활교육의 철학과 방법에 대해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이었다. 2017년 한 해 동안 교사 33시간, 학부모 15시간, 또래조정 동아리 학생들 15시간, 4~5학년 9개 반별 2시간 등 거의 모든 학교 구성원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었다. 특히 교사 연수는 주말을 활용한 집중교육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교사들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4~5학년 담임과 관심 교사들은 교육과정에 꾸준히 참여하였고, 학부모(주변 학교 학부모 포함) 20여 명도 매우 열정적으로 교육에 임했다. 연수에서 배운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은 교사들과 학부모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특히 공동체성 훈련이나 서클을 통한 학급 운영, 회복적 질문을 통한 일상의 갈등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등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연수 이후에는 서클을 학생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진행되는 교직원 회의나 학부모 모임 등에서 활용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전과는 다르게 학교 내에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소통문화가 점차 확산되어 학교 공동체라는 인식이 강화되기 시작하였다.
첫 해의 가장 큰 성과 두 가지는 지속적인 연수를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에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된 교사 그룹이 형성되었다는 것과 학부모의 이해와 지지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보통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이 각자 자신의 학급에서 배움을 적용하고 실천하는 경우는 어디에든 있기 마련이지만, 1년 동안 꾸준히 열린 워크숍을 통해 각자 시도하고 있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함께 공유하고, 워크숍 내용을 통해 건강한 자극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 지속성을 부여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일회성으로 끝나거나 개인적 역량 강화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함께 지속적인 교육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사 사이의 관계성이 향상되고 생활교육의 지향점이 한 방향으로 모아지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또한 학생들 활동으로 회복적 또래조정 동아리가 구성되어 1년간 운영되면서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점도 특이할 만한 성과였다. 또래조정을 훈련받은 자녀들이 집에서 변화된 태도와 행동을 보이면서 학부모들은 교육내용을 자세히 알지는 못해도, 학교에서 뭔가 좋은 교육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학부모들의 긍정적 인식은 이후 학부모 사이에서 김해 봉황초 교사들이 하는 새로운 시도를 지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처럼 김해 봉황초의 회복적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첫 해는 낯선 내용과 많은 교육시간으로 인한 힘겨움에도 교사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나름의 실천과 성과를 올리는 데 성공하였다.
2년차 - 실천과 적용
두 번째 해인 2018년의 목표는 첫 해 배우고 실천해본 교육내용을 기초로, 새 학기부터 김해 봉황초에 맞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계획해서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학기 초부터 전체교사를 대상으로 한 새 학기 기획워크숍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교사들의 전입출로 전 해 교육을 받았던 교사 중 1/3이 다른 학교로 옮겨가고, 새로운 교사들로 채워지면서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공립학교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지만, 새로 온 교사들과 교육을 받아왔던 기존교사들 사이의 내용이해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매우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결국, 협의 끝에 2018년 계획을 수정하여 일부 반복되더라도 교육훈련을 좀 더 진행하기로 하고, 대신 기존의 교사들이 새롭게 김해 봉황초에 전입해온 교사들에게 회복적 생활교육을 자연스럽게 안내하는 역할을 맡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첫 해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핵심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회복적 학교를 도교육청의 정책연구 과제로 삼아 연구해보기로 했다. 동시에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교사 자율동아리의 주제도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정해서 기존 관심 교사에 더해, 새롭게 전입한 교사들 가운데 관심 있는 교사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KOPI가 진행하는 정기적 연수를 통해 내용적 공급(재공급)이 이뤄짐과 동시에 정책연구팀과 ‘따뜻한 봉황(따봉)’이라고 명명된 자율연구모임을 통해 인적 변화에도 회복적 학교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편, 둘째 해에도 회복적 또래조정 동아리는 계속 운영되어 자리를 잘 잡아갔다. 이 학생 동아리는 또래조정을 교육받은 학생들이 실제로 학생들 사이에서 공식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기대하고 운영한 것이라기보다, 교육적 측면을 기대하고 운영되었다. 비록 모든 학생이 기회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또래조정 훈련을 받은 학생들이 학급에서 평소 친구들과의 관계를 잘 맺어가며 성장하고, 학교생활에서 자신들의 배움을 실천한 것을 보면 교육 자체로서의 의미가 더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첫 해에 반응이 좋았던 학부모 교육은 경남도교육청에서 학부모와 주민을 대상으로 회복적 마을교사 과정이 개설되어 학교에서 따로 진행하지는 않았다. 대신 학부모회에서 자체적으로 비폭력 대화 연수를 진행하였다. 회복적 학교 만들기 둘째 해인 2018년은 교사도 많이 바뀌고 중간에 교장도 바뀌는 인적변화가 많았던 관계로, 원래의 계획대로 적용하는 해가 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정책연구와 동아리를 통해 열심히 해오던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회복적 학교 만들기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교사들의 회복적 실천 역량과 받아들이는 온도차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1년간 지속된 교육과 재교육을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을 적용하는 내용과 방식이 더 익숙해지고 넓어지는 성과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2018년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회복적 생활교육에 기초한 자생적 학교문화를 만드는 본격적 원년이라는 기회의 시기이기도 했다.
3년차 - 시스템 구축
회복적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마지막 해인 2019년은 회복적 생활교육을 학교 운영 전반에 구조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지난 2년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김해 봉황초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회복적 생활교육 관점에 점차 익숙해졌고, 새로 전입해온 교사들도 동료 교사들의 실천을 보면서 그 방향성에 동의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분명하진 않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협의는 관리자를 포함하여 서클로 진행하는 수평적 소통구조가 정착됐고, 그 결과 교사공동체의 분위기도 매우 친밀해졌다. 또한 예전에 자주 나타났던 복도에서 학생과 실랑이하는 교사의 모습은 어느덧 사라져가고 있었다. 눈에 띄는 큰 갈등도 많이 없어졌다는 것을 김해 봉황초에 오래 근무한 교사들은 이미 체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관심 있는 교사들만 열심히 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이 아니라 모든 교사가 자연스럽게 회복적 학교 만들기에 동참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전체 교사 모임에서 2019년도 학교 교육과정 중점교육 세 가지 목표 중 하나로 회복적 학교를 선정하였다. 2년간 진행하면서 교사 개인의 자율에만 맡겨서는 관심을 갖지 않고 큰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려는 교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좀 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 교사들의 생각이었다. 이와 같은 고민의 결과로 교육과정의 핵심 중점교육에 회복적 학교가 들어가게 되었다. 이들은 이것을 ‘평화적 강제성’이라고 불렀다. 결국, 3년 차의 목표인 회복적 학교 운영의 구조적 토대가 교사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셈이었다.
3년 차의 교육은 전년도의 경험 때문에 처음부터 두 갈래로 기획되었다. 새로운 교사들은 회복적 생활교육 기본과정을 이수하도록 했고, 기존에 교육받아오던 교사들은 회복적 대화모임(조정과 문제해결 서클) 중심의 교육으로 구성하여 필요에 맞게 선택하도록 했다. 또한, 3년 차의 목표인 회복적 학교 운영체계 구축을 위한 구조화의 방안으로 기존의 교육과 연구동아리 운영 외에 두 가지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학년별 회복적 생활교육 코디네이터를 세우는 것과 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학교공동체회복위원회(이하 회복위원회) 운영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2019년 첫 워크숍에서 학년별로 회복적 생활교육을 지원할 코디네이터를 한명씩 정해서 학년 부장과 함께 학년별 생활교육 체계를 강화하였다. 학년별 회복적 생활교육 코디는 연구모임에 참석하여 학년에 맞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고민하고, 전체 학년이 같이 진행할 주제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담당했다. 연구모임과 학년별 코디 교사의 역할을 통해 시기별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 방안들이 전체 교사들에게 공유되어 학년 단위별 실천이 강화될 수 있었다. 한편,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이 처벌과 징계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가장 중요한 시기에 회복적 접근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한계가 있었는데, 마침 2019년부터 학폭법이 일부 개정되며 학교 내 자체 해결이 가능하게 되면서, 김해 봉황초에서는 회복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위한 구체적 논의가 시작되었다. 회복위원회는 교사 8명과 학부모 4명으로 구성하기로 협의하였고, 회복위원회를 포함하여 학교폭력 대응 접근을 5단계로 나눠서 단계적 접근을 하도록 했다. 5단계는 각 단계별로, 1단계 : 담임 해결 - 2단계 : 학년 해결(학년별 회복위원회) - 3단계 : 필요한 학생의 경우 상담, 치료(Wee센터 등) 연계 - 4단계 : 학교 회복위원회 - 5단계 : 지역교육청 심의위원회 의뢰 순이다. 물론 학교 내 사안들이 이와 같은 자체 회복적 절차를 통해 처리되기 위한 운영체계를 갖추는 것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뤄질 일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시일이 필요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학급과 학년별 예방적 노력이 정착되면, 갈등 초기 대응 능력이 향상되어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도 회복적 접근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회복적 접근을 교사들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은 봉황초가 이미 회복적 학교로 변해있었다는 방증이었다. 3년 차를 지나면서 김해 봉황초는 어느새 회복적 학교가 되어가고 있었다.
<김해 봉황초 회복적 학교 만들기 과정>
| 1년 차 | 2년 차 | 3년 차 |
목표 | 교육·훈련 | 실천·적용 | 운영 시스템 구축 |
주요 활동 | 대중강연회 및 학교선정 소개강의와 중점학년 선정 교사, 학생, 학부모 연수 또래 조정반 운영 | 회복적 학교 정책연구 전문적학습공동체 운영 교사, 학생, 학부모 연수 또래 조정반 운영 | 자율연구동아리 활성화 회복위원회 운영체계 구축 교사, 학생, 학부모 연수 또래 조정반 운영 |
성과 | 핵심교사 그룹 형성 학부모지지 도출 컨퍼런스 개최 (도교육청) | 정책연구 보고서 자율연구동아리 운영 홍보영상제작 (학교) | 학교교육과정 중점교육 학년별 생활교육 코디 홍보영상제작 (도교육청) |
김해봉황초 3년의 실험이 남긴 것들
3년간 진행된 김해 봉황초의 ‘회복적 학교를 거점으로 하는 회복적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는 주관한 경남도교육청이나 기획과 교육을 맡았던 KOPI,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접적으로 배우고 실천하느라, 바쁘게 도전적 3년을 보낸 김해 봉황초 교사와 학생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경험이었다. 비록 매년 반복되는 교사들의 전출입으로 지속성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3년 동안 꾸준하게 이어진 지원과 교육 및 컨설팅,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김해 봉황초의 학교문화는 전과 비교하여 크게 변화하였다. 무엇보다도 회복적 학교라는 특성에 걸맞게 학교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나, 관계와 공동체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상호존중과 협력의 문화가 학교 공동체에 스며들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말을 전혀 들어보지 못한 김해 봉황초의 전입 행정직원들이 업무 워크숍에서 교사들과 대화와 서클을 경험하면서 학교 조직문화가 이전에 경험한 학교와 많이 다른 것을 느꼈다고 한다. 평소 교사들과 잘 소통하지 않고 업무적 관계만 유지하는 행정직원들이 학교의 문화가 마음에 들어 이 학교에서 오랫동안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나눌 만큼 교직문화가 열린 공동체로 정착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더욱 의미 있는 변화는 일부 교사들이 회복적 생활교육을 문제행동에 대한 생활지도의 영역을 넘어, 공동체를 이해하는 교육적 내용으로 수업에 회복적 생활교육의 가치를 접목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2020년 초 김해 봉황초의 몇몇 교사들과 가진 지난 3년간의 회복적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모임에서 교육적 가치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단순히 스킬이나 활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봐요. 그 철학과 가치가 공유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우리에게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치, 자율, 자립을 경험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들어 줬어요. 그래서 저희는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자주 하는 서클도 많이 하긴 했지만, 이 가치를 교육과정 속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자치라면 이 가치를 무엇을 통해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자율동아리를 학생들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 모집하고 공부하게 했어요. 그러면서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강조하는 공공성, 배려, 공감, 경청을 어떻게 녹여 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했죠.”
“저희 반 같은 경우 회복적 생활교육이 추구하는 공공성, 민주성, 약자에 대한 배려, 평화 감수성 등을 어떻게 수업에서 풀어내면 좋을 것인가 생각했고, 결국 욕을 가지고 수업을 하게 됐어요. 우리나라와 세계의 욕을 골라 사전에서 그 의미를 찾아오게 했지요. 많은 경우 욕은 약자, 병자, 여성, 부모 등을 비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을 분석하면서 왜 이런 말들이 욕이 되었을까 고민하게 했어요. 이러한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언어에 대한 평화 감수성이 발전하게 되었어요.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배운 방법이나 스킬도 좋지만, 그 안에 깔려있는 가치를 수업에 녹여내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이라 생각하게 되었어요.”
한 교사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주제로 10회 이상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했고, 그 경험을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됬다고 했다. 이처럼 회복적 생활교육의 가치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학교는 회복적 문화를 수업과 생활교육에 전반적으로 풀어내는 학교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런 토대위에 형성되는 안전성은 단순히 규칙을 지키고 잘못을 바로잡는 강제적 통제가 줄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적 메시지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 3년 차 마지막 워크숍에서 한 교사는 학교문화의 변화가 궁극적인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를 만드는 생활교육의 목표임을 강조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우리 학교에서 지난 몇 년간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는 ‘회복적 학교’라는 인식이 공유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선생님이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를 같이 받고 철학을 공유하며 생활지도의 방향성을 통일해 왔기 때문에, 다른 반과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나는 이렇게 하는데 저 선생님이 다르게 하면 어떡하지?’라는 우려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선생님이 일관성 있게 지도를 하시고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해주시기 때문에 아이들이 느끼기에 스스로 ‘난 안전하구나.’하고 갈등 상황을 안전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안정성은 분명 우리가 법과 학칙에 기초하여 통제와 제거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상식적’ 안전성과는 다른 뉘앙스로 들렸다. 회복적 학교는 결국 문화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이 3년을 경험한 교사들의 일괄된 목소리다. 같은 철학과 가치를 공유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평화롭고 민주적인 문화 속에서 느껴지는 안정성은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갈등을 평화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문화적 접근을 위해 김해 봉황초는 3년간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 해온 것이고, 그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얼마 전 나는 한 학부모로부터 김해 봉황초에서 회복적 학교를 2년간 경험하다가 중학교로 진학한 큰딸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되었다. 새롭게 진학한 중학교에서 김해 봉황초에서 했던 대로 대화하고 행동하다가 친구들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흔히 있는 또래들의 험담이나 편 가르기에 참여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대하며 전체 학급공동체를 생각하려고 한 것이 오히려 또래들에게 밉보인 것 같다고 했다. 정말 안타깝고 속상한 이야기였다.
이처럼 학교의 문화는 강력하고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김해 봉황초의 실험이 한 학교의 특별한 시도로 끝나지 말고 더 많은 학교들이 회복적 학교라는 문화적 특성을 갖춰가도록 도와야 하는 이유이다. 김해 봉황초는 비록 2019년으로 3년간 진행된 프로젝트는 마무리되었지만, 계속해서 회복적 학교라는 특색을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 매년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연수와 실천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지속적인 노력이 학교의 문화를 존중과 배려의 공동체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은 이 갈등과 혼란의 시대에 매우 필요하고 확산되어야 할 지점임에 확실하다. 더 많은 학교가 회복적 학교 만들기에 동참해 가길 기대한다.
*출처: 회복적 정의, 세상을 치유하다 (2020. 피스빌딩)
회복적 학교 만들기 3년의 실험
- 한 초등학교의 시도 -
이재영
2012년 이후, 한국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많은 학교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확산해왔다. 그럼에도 해를 거듭할수록 개별 교사의 생활지도 역량을 높이는 것이나, 학교에서 부분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해왔다. 한계에 봉착한 회복적 생활교육이 현재의 생활지도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의 문화를 바꾸려는 학교 전체의 노력으로 통합적인 접근을 해야 하고,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는 교육철학이자 생활교육 방식이 돼야 한다는 것이 회복적 생활교육을 접한 일선교사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었다. 결국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회복적 생활교육은 부분적 실천을 넘어, 회복적 학교를 만들려고 하는 시도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런 장기적 관점의 시도에 동의하는 학교가 나타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이해가 아직 길지 않은 한국에서 학교 구성원 전체의 동의를 얻는 것과 장기적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다는 것은 현실 속에서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17년부터 3년 동안 회복적 학교 만들기 실험을 꾸준히 해온 학교가 있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은 2015년부터 회복적 정의와 회복적 생활교육에 관심 있는 경남의 교사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후 경남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통해 지속적인 교육을 해오면서,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를 받은 연구회 교사들이 개별교사를 넘어 학교 전반적 변화에 필요성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회복적 학교를 통한 회복적 도시 만들기를 시도하는 데 관심이 높아졌다. 그 결과로 2017년 경남도교육청의 행복지구 사업 담당 부서에서 김해 행복교육지구 사업 중 하나로 ‘회복적 학교 만들기를 거점으로 하는 회복적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고, 관심과 필요가 맞는 학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관계자들의 추천과 핵심 교사들이 관심을 보인 ‘김해봉황초등학교’가 자원을 하게 되었다. 학생 수 700여 명에 교직원 75명이 함께 일하는 나름 큰 초등학교인 이 학교가 관심을 보인 이유는 행복학교(경남형 혁신학교)로써 학교 문화에 좀 더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교사들의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간 교사들을 어렵게 하고 있는 생활지도에 대한 부담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돌파구에 대한 갈망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학교를 중심으로 회복적 학교를 만드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게 되었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KOPI는 교육내용 기획과 교육을 담당하고, 전체적 행정 운영 코디는 행복지구사업팀이 맡아주었다.
1년차 - 교육과 훈련
2017년 새 학기 시작 전인 2월 말에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회복적 생활교육 소개 워크숍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4월이 되어서야 진행할 수 있었다. 4월 초에 있었던 소개 워크숍에는 교장, 교감을 비롯하여 전체 교사가 참여하는 것이 필수조건이었고, 기꺼이 모든 교사가 참여해주었다. 몇몇 교사는 다른 기회를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연수를 받은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 교사는 처음 접하는 내용이었다. 우선 회복적 정의의 개념과 이에 기초한 생활교육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학교에서 이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전달하는 시간이 있었고, 곧이어 김해 봉황초에 제안하는 3년 과정의 회복적 학교 만들기 전체 계획을 소개하였다. 이후 관리자와 교사들이 함께 앞에서 들은 내용을 기초로, 정말 회복적 학교 만들기를 할 것인지, 그리고 처음부터 모든 학년이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이므로 어떤 학년이 중심이 되어 할 것인지 등 구체적 논의가 이어졌다. 교사들은 열띤 논의 끝에 4~5학년 두 학년이 중점학년이 되어 회복적 학교 만들기를 진행하기로 결의하였다. 비록 처음이라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날 회복적 학교에 대한 개념 소개와 자체적 동의 과정이 없었다면 3년이란 긴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첫 시간을 교장, 교감을 비롯하여 모든 교사가 함께했다는 것이 앞으로 진행될 장기적 교육과 실천에 매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회복적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첫 해의 목표는 교육훈련을 통해 학교 구성원들이 회복적 생활교육의 철학과 방법에 대해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이었다. 2017년 한 해 동안 교사 33시간, 학부모 15시간, 또래조정 동아리 학생들 15시간, 4~5학년 9개 반별 2시간 등 거의 모든 학교 구성원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었다. 특히 교사 연수는 주말을 활용한 집중교육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교사들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4~5학년 담임과 관심 교사들은 교육과정에 꾸준히 참여하였고, 학부모(주변 학교 학부모 포함) 20여 명도 매우 열정적으로 교육에 임했다. 연수에서 배운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은 교사들과 학부모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특히 공동체성 훈련이나 서클을 통한 학급 운영, 회복적 질문을 통한 일상의 갈등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등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연수 이후에는 서클을 학생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진행되는 교직원 회의나 학부모 모임 등에서 활용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전과는 다르게 학교 내에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소통문화가 점차 확산되어 학교 공동체라는 인식이 강화되기 시작하였다.
첫 해의 가장 큰 성과 두 가지는 지속적인 연수를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에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된 교사 그룹이 형성되었다는 것과 학부모의 이해와 지지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보통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이 각자 자신의 학급에서 배움을 적용하고 실천하는 경우는 어디에든 있기 마련이지만, 1년 동안 꾸준히 열린 워크숍을 통해 각자 시도하고 있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함께 공유하고, 워크숍 내용을 통해 건강한 자극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 지속성을 부여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일회성으로 끝나거나 개인적 역량 강화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함께 지속적인 교육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사 사이의 관계성이 향상되고 생활교육의 지향점이 한 방향으로 모아지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또한 학생들 활동으로 회복적 또래조정 동아리가 구성되어 1년간 운영되면서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점도 특이할 만한 성과였다. 또래조정을 훈련받은 자녀들이 집에서 변화된 태도와 행동을 보이면서 학부모들은 교육내용을 자세히 알지는 못해도, 학교에서 뭔가 좋은 교육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학부모들의 긍정적 인식은 이후 학부모 사이에서 김해 봉황초 교사들이 하는 새로운 시도를 지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처럼 김해 봉황초의 회복적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첫 해는 낯선 내용과 많은 교육시간으로 인한 힘겨움에도 교사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나름의 실천과 성과를 올리는 데 성공하였다.
2년차 - 실천과 적용
두 번째 해인 2018년의 목표는 첫 해 배우고 실천해본 교육내용을 기초로, 새 학기부터 김해 봉황초에 맞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계획해서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학기 초부터 전체교사를 대상으로 한 새 학기 기획워크숍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교사들의 전입출로 전 해 교육을 받았던 교사 중 1/3이 다른 학교로 옮겨가고, 새로운 교사들로 채워지면서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공립학교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지만, 새로 온 교사들과 교육을 받아왔던 기존교사들 사이의 내용이해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매우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결국, 협의 끝에 2018년 계획을 수정하여 일부 반복되더라도 교육훈련을 좀 더 진행하기로 하고, 대신 기존의 교사들이 새롭게 김해 봉황초에 전입해온 교사들에게 회복적 생활교육을 자연스럽게 안내하는 역할을 맡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첫 해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핵심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회복적 학교를 도교육청의 정책연구 과제로 삼아 연구해보기로 했다. 동시에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교사 자율동아리의 주제도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정해서 기존 관심 교사에 더해, 새롭게 전입한 교사들 가운데 관심 있는 교사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KOPI가 진행하는 정기적 연수를 통해 내용적 공급(재공급)이 이뤄짐과 동시에 정책연구팀과 ‘따뜻한 봉황(따봉)’이라고 명명된 자율연구모임을 통해 인적 변화에도 회복적 학교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편, 둘째 해에도 회복적 또래조정 동아리는 계속 운영되어 자리를 잘 잡아갔다. 이 학생 동아리는 또래조정을 교육받은 학생들이 실제로 학생들 사이에서 공식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기대하고 운영한 것이라기보다, 교육적 측면을 기대하고 운영되었다. 비록 모든 학생이 기회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또래조정 훈련을 받은 학생들이 학급에서 평소 친구들과의 관계를 잘 맺어가며 성장하고, 학교생활에서 자신들의 배움을 실천한 것을 보면 교육 자체로서의 의미가 더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첫 해에 반응이 좋았던 학부모 교육은 경남도교육청에서 학부모와 주민을 대상으로 회복적 마을교사 과정이 개설되어 학교에서 따로 진행하지는 않았다. 대신 학부모회에서 자체적으로 비폭력 대화 연수를 진행하였다. 회복적 학교 만들기 둘째 해인 2018년은 교사도 많이 바뀌고 중간에 교장도 바뀌는 인적변화가 많았던 관계로, 원래의 계획대로 적용하는 해가 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정책연구와 동아리를 통해 열심히 해오던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회복적 학교 만들기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교사들의 회복적 실천 역량과 받아들이는 온도차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1년간 지속된 교육과 재교육을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을 적용하는 내용과 방식이 더 익숙해지고 넓어지는 성과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2018년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회복적 생활교육에 기초한 자생적 학교문화를 만드는 본격적 원년이라는 기회의 시기이기도 했다.
3년차 - 시스템 구축
회복적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마지막 해인 2019년은 회복적 생활교육을 학교 운영 전반에 구조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지난 2년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김해 봉황초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회복적 생활교육 관점에 점차 익숙해졌고, 새로 전입해온 교사들도 동료 교사들의 실천을 보면서 그 방향성에 동의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분명하진 않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협의는 관리자를 포함하여 서클로 진행하는 수평적 소통구조가 정착됐고, 그 결과 교사공동체의 분위기도 매우 친밀해졌다. 또한 예전에 자주 나타났던 복도에서 학생과 실랑이하는 교사의 모습은 어느덧 사라져가고 있었다. 눈에 띄는 큰 갈등도 많이 없어졌다는 것을 김해 봉황초에 오래 근무한 교사들은 이미 체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관심 있는 교사들만 열심히 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이 아니라 모든 교사가 자연스럽게 회복적 학교 만들기에 동참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전체 교사 모임에서 2019년도 학교 교육과정 중점교육 세 가지 목표 중 하나로 회복적 학교를 선정하였다. 2년간 진행하면서 교사 개인의 자율에만 맡겨서는 관심을 갖지 않고 큰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려는 교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좀 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 교사들의 생각이었다. 이와 같은 고민의 결과로 교육과정의 핵심 중점교육에 회복적 학교가 들어가게 되었다. 이들은 이것을 ‘평화적 강제성’이라고 불렀다. 결국, 3년 차의 목표인 회복적 학교 운영의 구조적 토대가 교사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셈이었다.
3년 차의 교육은 전년도의 경험 때문에 처음부터 두 갈래로 기획되었다. 새로운 교사들은 회복적 생활교육 기본과정을 이수하도록 했고, 기존에 교육받아오던 교사들은 회복적 대화모임(조정과 문제해결 서클) 중심의 교육으로 구성하여 필요에 맞게 선택하도록 했다. 또한, 3년 차의 목표인 회복적 학교 운영체계 구축을 위한 구조화의 방안으로 기존의 교육과 연구동아리 운영 외에 두 가지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학년별 회복적 생활교육 코디네이터를 세우는 것과 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학교공동체회복위원회(이하 회복위원회) 운영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2019년 첫 워크숍에서 학년별로 회복적 생활교육을 지원할 코디네이터를 한명씩 정해서 학년 부장과 함께 학년별 생활교육 체계를 강화하였다. 학년별 회복적 생활교육 코디는 연구모임에 참석하여 학년에 맞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고민하고, 전체 학년이 같이 진행할 주제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담당했다. 연구모임과 학년별 코디 교사의 역할을 통해 시기별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 방안들이 전체 교사들에게 공유되어 학년 단위별 실천이 강화될 수 있었다. 한편,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이 처벌과 징계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가장 중요한 시기에 회복적 접근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한계가 있었는데, 마침 2019년부터 학폭법이 일부 개정되며 학교 내 자체 해결이 가능하게 되면서, 김해 봉황초에서는 회복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위한 구체적 논의가 시작되었다. 회복위원회는 교사 8명과 학부모 4명으로 구성하기로 협의하였고, 회복위원회를 포함하여 학교폭력 대응 접근을 5단계로 나눠서 단계적 접근을 하도록 했다. 5단계는 각 단계별로, 1단계 : 담임 해결 - 2단계 : 학년 해결(학년별 회복위원회) - 3단계 : 필요한 학생의 경우 상담, 치료(Wee센터 등) 연계 - 4단계 : 학교 회복위원회 - 5단계 : 지역교육청 심의위원회 의뢰 순이다. 물론 학교 내 사안들이 이와 같은 자체 회복적 절차를 통해 처리되기 위한 운영체계를 갖추는 것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뤄질 일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시일이 필요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학급과 학년별 예방적 노력이 정착되면, 갈등 초기 대응 능력이 향상되어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도 회복적 접근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회복적 접근을 교사들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은 봉황초가 이미 회복적 학교로 변해있었다는 방증이었다. 3년 차를 지나면서 김해 봉황초는 어느새 회복적 학교가 되어가고 있었다.
<김해 봉황초 회복적 학교 만들기 과정>
1년 차
2년 차
3년 차
목표
교육·훈련
실천·적용
운영 시스템 구축
주요
활동
대중강연회 및 학교선정
소개강의와 중점학년 선정
교사, 학생, 학부모 연수
또래 조정반 운영
회복적 학교 정책연구
전문적학습공동체 운영
교사, 학생, 학부모 연수
또래 조정반 운영
자율연구동아리 활성화
회복위원회 운영체계 구축
교사, 학생, 학부모 연수
또래 조정반 운영
성과
핵심교사 그룹 형성
학부모지지 도출
컨퍼런스 개최 (도교육청)
정책연구 보고서
자율연구동아리 운영
홍보영상제작 (학교)
학교교육과정 중점교육
학년별 생활교육 코디
홍보영상제작 (도교육청)
김해봉황초 3년의 실험이 남긴 것들
3년간 진행된 김해 봉황초의 ‘회복적 학교를 거점으로 하는 회복적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는 주관한 경남도교육청이나 기획과 교육을 맡았던 KOPI,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접적으로 배우고 실천하느라, 바쁘게 도전적 3년을 보낸 김해 봉황초 교사와 학생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경험이었다. 비록 매년 반복되는 교사들의 전출입으로 지속성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3년 동안 꾸준하게 이어진 지원과 교육 및 컨설팅,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김해 봉황초의 학교문화는 전과 비교하여 크게 변화하였다. 무엇보다도 회복적 학교라는 특성에 걸맞게 학교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나, 관계와 공동체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상호존중과 협력의 문화가 학교 공동체에 스며들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말을 전혀 들어보지 못한 김해 봉황초의 전입 행정직원들이 업무 워크숍에서 교사들과 대화와 서클을 경험하면서 학교 조직문화가 이전에 경험한 학교와 많이 다른 것을 느꼈다고 한다. 평소 교사들과 잘 소통하지 않고 업무적 관계만 유지하는 행정직원들이 학교의 문화가 마음에 들어 이 학교에서 오랫동안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나눌 만큼 교직문화가 열린 공동체로 정착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더욱 의미 있는 변화는 일부 교사들이 회복적 생활교육을 문제행동에 대한 생활지도의 영역을 넘어, 공동체를 이해하는 교육적 내용으로 수업에 회복적 생활교육의 가치를 접목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2020년 초 김해 봉황초의 몇몇 교사들과 가진 지난 3년간의 회복적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모임에서 교육적 가치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단순히 스킬이나 활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봐요. 그 철학과 가치가 공유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우리에게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치, 자율, 자립을 경험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들어 줬어요. 그래서 저희는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자주 하는 서클도 많이 하긴 했지만, 이 가치를 교육과정 속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자치라면 이 가치를 무엇을 통해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자율동아리를 학생들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 모집하고 공부하게 했어요. 그러면서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강조하는 공공성, 배려, 공감, 경청을 어떻게 녹여 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했죠.”
“저희 반 같은 경우 회복적 생활교육이 추구하는 공공성, 민주성, 약자에 대한 배려, 평화 감수성 등을 어떻게 수업에서 풀어내면 좋을 것인가 생각했고, 결국 욕을 가지고 수업을 하게 됐어요. 우리나라와 세계의 욕을 골라 사전에서 그 의미를 찾아오게 했지요. 많은 경우 욕은 약자, 병자, 여성, 부모 등을 비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을 분석하면서 왜 이런 말들이 욕이 되었을까 고민하게 했어요. 이러한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언어에 대한 평화 감수성이 발전하게 되었어요.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배운 방법이나 스킬도 좋지만, 그 안에 깔려있는 가치를 수업에 녹여내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이라 생각하게 되었어요.”
한 교사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주제로 10회 이상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했고, 그 경험을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됬다고 했다. 이처럼 회복적 생활교육의 가치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학교는 회복적 문화를 수업과 생활교육에 전반적으로 풀어내는 학교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런 토대위에 형성되는 안전성은 단순히 규칙을 지키고 잘못을 바로잡는 강제적 통제가 줄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적 메시지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 3년 차 마지막 워크숍에서 한 교사는 학교문화의 변화가 궁극적인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를 만드는 생활교육의 목표임을 강조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우리 학교에서 지난 몇 년간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는 ‘회복적 학교’라는 인식이 공유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선생님이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를 같이 받고 철학을 공유하며 생활지도의 방향성을 통일해 왔기 때문에, 다른 반과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나는 이렇게 하는데 저 선생님이 다르게 하면 어떡하지?’라는 우려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선생님이 일관성 있게 지도를 하시고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해주시기 때문에 아이들이 느끼기에 스스로 ‘난 안전하구나.’하고 갈등 상황을 안전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안정성은 분명 우리가 법과 학칙에 기초하여 통제와 제거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상식적’ 안전성과는 다른 뉘앙스로 들렸다. 회복적 학교는 결국 문화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이 3년을 경험한 교사들의 일괄된 목소리다. 같은 철학과 가치를 공유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평화롭고 민주적인 문화 속에서 느껴지는 안정성은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갈등을 평화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문화적 접근을 위해 김해 봉황초는 3년간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 해온 것이고, 그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얼마 전 나는 한 학부모로부터 김해 봉황초에서 회복적 학교를 2년간 경험하다가 중학교로 진학한 큰딸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되었다. 새롭게 진학한 중학교에서 김해 봉황초에서 했던 대로 대화하고 행동하다가 친구들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흔히 있는 또래들의 험담이나 편 가르기에 참여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대하며 전체 학급공동체를 생각하려고 한 것이 오히려 또래들에게 밉보인 것 같다고 했다. 정말 안타깝고 속상한 이야기였다.
이처럼 학교의 문화는 강력하고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김해 봉황초의 실험이 한 학교의 특별한 시도로 끝나지 말고 더 많은 학교들이 회복적 학교라는 문화적 특성을 갖춰가도록 도와야 하는 이유이다. 김해 봉황초는 비록 2019년으로 3년간 진행된 프로젝트는 마무리되었지만, 계속해서 회복적 학교라는 특색을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 매년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연수와 실천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지속적인 노력이 학교의 문화를 존중과 배려의 공동체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은 이 갈등과 혼란의 시대에 매우 필요하고 확산되어야 할 지점임에 확실하다. 더 많은 학교가 회복적 학교 만들기에 동참해 가길 기대한다.
*출처: 회복적 정의, 세상을 치유하다 (2020. 피스빌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