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빌딩Peacebuilding

가정에서 사회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속한 공동체는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자연발생적 갈등의 연속 상황 속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평화 역량을 키우고 유지하는 활동, 기획, 교육훈련, 구조화를 통합적으로 포괄하는 개념이 피스빌딩입니다.

피스빌딩은 건축물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정밀하게 만들어진 설계에 맞춰 기초를 닦고 숙련된 기술자가 건물을 시공하고, 유지보수를 위해 관리 시스템이 이뤄지는 것처럼 피스빌딩은 예방적 평화교육부터 회복적 관점에서 분쟁에 개입하고, 평화적 갈등 전환을 위한 체계와 트라우마를 공동체적으로 접근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까지 아우르는 모든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건축물은 기초가 되는 아래부터 위로 만들어 가듯이 피스빌딩도 아래에서 위로 만들어져 가는 방향성을 지향합니다. 공동체의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것이 지속 가능한 평화의 토대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시간이 걸려도 사람을 준비시키는 과정과 결과뿐만 아니라 구조와 문화를 형성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건축은 여러 사람이 함께 역할을 나누고 협동함으로써 튼튼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피스빌딩도 공동체 구성원이 스스로의 문제를 직면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 장기적 접근을 시도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피스빌딩은 공동체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유연한 관점과 갈등의 평화적이고 건설적으로 접근할 때 가능한 운동이며 실재할 수 있습니다.

피스빌딩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회복적 정의란 ‘잘못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상식이 된 응보적 정의와 다른 정의 패러다임입니다. 회복적 정의는 잘못을 일으킨 사람에게 피해자의 회복과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벌이나 비난을 넘어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는 것에 궁극적인 목표를 갖습니다. 피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와 영향을 직시하도록 돕고, 그 피해를 자기 스스로 책임지게 합니다. 공동체가 함께 정의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때 관계 회복과 진정한 정의가 이루어집니다.

회복적 정의는 ‘회복’의 의미를 다양한 형태로 이해합니다. 일차적으로 피해자의 실질적 회복과 잘못을 한 사람의 자발적 책임을 중요시합니다. 하지만 갈등 당사자들의 회복은 공동체의 역할과 관계가 회복되지 않으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관계 회복을 목표로 삼고 공동체의 역할이 회복되려면 공동체 구성원이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것이 회복의 과정에서 필수요소입니다. 회복적 정의가 회복하고자 하는 정의의 방향은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정의가 아니라, 어떤 잘못으로 가장 큰 영향과 피해를 경험하는 당사자와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참여를 포함할 때 가능합니다.

사회적으로 처벌 기관이나 가해자를 변화시키기 위한 기관과 비용은 증가하지만, 피해자의 회복이나 공동체의 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 불균형이 줄어들고 갈수록 파편화되고 개인화되는 문제 해결 방식이 공동체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변화되어야 합니다.

정의 패러다임 비교

 

회복의 5가지 요소

회복적 정의 발전 역사

1974년 캐나다의 작은 마을 엘마이라(Elmira)에서 청소년 범죄 문제를 좀 더 교육적이고 치유적으로 다루기 위해 두 명의 보호관찰관에 의해 시작된 회복적 정의 운동은 점차 세계적인 운동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들은 전통적 평화교회인 메노나이트 교회(Mennonite Church)의 일원으로서 사법적 처벌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고, 화해와 평화의 관점에서 범죄를 바라보길 원했습니다.

그 결과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를 넘어 뉴질랜드, 호주, 유럽 등 많은 나라에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과 실천이 확산되었습니다. 특히 뉴질랜드는 1989년 청소년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에서 회복적 정의에 기초한 접근을 법제화한 최초의 나라가 되었고, 의미 있는 결과를 양산해왔습니다.

UN에서도 2000년 이후로 회원 국가들에게 회복적 정의 접근을 권장하고 있으며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 운영 핸드북 Handbook on Restorative Justice Programs]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사 청산을 위한 정치적 접근으로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을 적용한 [진실과 화해 위원회 Truth & Reconciliation Commission]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40여 개 국가에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회복적 정의 운동

한국에서 회복적 정의 연구는 1990년대 중반 사회복지학의 교정복지 영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회복적 사법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0년대 들어 회복적 사법 영역에서 본격적인 연구와 실천들이 대학과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민간영역에서도 한국아나뱁니트스센터 KAC(KOPI 모체)와 갈등해결센터 같은 비영리 단체에 의해 회복적 정의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2000년 중반에 민간영역의 회복적 정의 운동과 국책연구기관과의 공동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회복적 정의 실천 모델에 대한 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몇 년간의 시범사업의 결과로 서울 가정법원의 소년부에 ‘화해권고’ 제도가 생겨나게 되었고 점차 확대되어 현재는 전국단위로 확대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사법영역에서 경찰의 ‘회복적 대화 프로그램’, 검찰의 ‘형사조정제도’, 법원의 ‘형사화해제도’ 등을 통해 회복적 정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부터는 회복적 정의 운동이 학교의 생활교육 영역으로 확대되기 시작하여, 많은 학교와 교육청 등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이름으로 교육훈련과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교사를 위한 ‘회복적 생활교육 연구회’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의 확산 속도는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좀 더 체계적 실천을 위해서는 내실을 기하는 점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법과 학교 영역에서의 회복적 정의 실천은 회복적 도시에 대한 관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초기단계이지만 몇몇 마을과 도시에서 회복적 도시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회복적 정의 운동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회복적 도시의 비전이 확산되어 궁극적으로 도시의 교육행정과 사법영역을 포함한 회복적 공동체를 구현하는 큰 그림으로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회복적 정의 실천 영역

“회복적 정의는 사법의 대안적 제도가 아니라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하워드 제어 Howard Zehr
(‘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회복적 정의 아버지)

회복적 정의 최초의 실험은 사법영역에서 시작되어 ‘회복적 사법’이란 고유한 연구와 실천 영역을 확보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회복적 정의 운동이 사법을 넘어 다양한 사회분야와 일상의 영역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학교의 생활지도의 근본적 틀을 변화시키고 있는 ‘회복적 생활교육,’ 학부모의 변화를 통한 가정의 ‘회복적 가정교육’, 안전하고 평화로운 마을 만들기에 적용될 수 있는 ‘회복적 도시’, 직장이나 기관의 갈등을 평화로운 에너지로 전환하는 ‘회복적 조직’ 등으로 실천영역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회복적 정의 영역

회복적 학교Restorative School

가정과 사회의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 학생들의 생활지도는 갈수록 학교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체벌금지 이후 대안적인 생활지도의 개념이나 방법이 제시되지 못하면서 교사들과 학부모에게 더 큰 혼란을 주는 면도 있습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회복적 정의 가치를 생활지도에 반영하여 교실 안에서 존중의 문화를 높이고 자발적 책임을 강화하여 안전하고 평화로운 교육공동체를 형성하는 새로운 생활지도의 패러다임과 실천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프로그램의 적용을 넘어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학교의 공동체성을 높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회복적 성찰문(or 사유/관찰/탐구/생각), 존중의 약속 만들기, 신뢰 서클, 문제 해결 서클, 학교공동체 회복위원회 운영 등 다양한 형태의 회복적 생활교육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회복적 접근이 학급과 학교 운영 전반에 통합적으로 이뤄지도록 교사, 학부모, 학생이 교육을 받고 학교에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학교가 회복적 학교입니다.

회복적 학교 프로그램

회복적 조직Restorative Organization

회복적 정의 관점에서 조직이나 공동체의 문제를 바라보고 조직에 내재되어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해 좀 더 유기적인 공동체로 성장하는 것을 기초로 삼는 것이 회복적 조직이나 공동체의 특성입니다.
회사, 기관, 비영리단체, 종교단체 등 규모나 형태에 관계없이 조직이 좀 더 발전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겪는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하지만 갈등이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어서 갈등 과정에도 내부 결속을 다지고 정체성과 소속감을 강화시키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공동체 구성원 간의 존중과 약속이 지켜져야 하고, 어렵지만 지속적이고 참여적인 공동체 대화의 장(서클)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기 위한 노력이 쌓일 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회복적 조직의 비전은 지도자뿐만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존중의 가치와 방향에 동의하고 참여할 때 현실이 될 수 있고, 이를 위한 교육과 훈련이 반드시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회복적 조직 프로그램

회복적 도시Restorative City

회복적 정의의 원칙과 가치를 지역사회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구체적인 실천 영역으로 만들어가는 마을이나 도시를 회복적 도시라고 합니다.

시청, 교육청, 법원, 경찰서, 청소년 유관기관 등이 협력하여 지역에 회복적 정의 센터를 세워 회복적 정의 이해교육을 확대하고 프로그램 진행자와 조정자를 양성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회복적 정의 인프라가 구축되어 가정에서부터 학교, 사법, 지역사회의 청소년과 이웃 간의 평화를 만들어가는 제도적 장치로 자리매김하도록 정책지원과 문화적 접근이 일어나는 곳이 회복적 도시의 모습입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 회복적 도시를 구현하고 있고, 마을과 도시의 평화와 안전을 높이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회복적 도시 프로그램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

사법을 가해자의 처리에 초점을 맞춰서 범죄행위에 대한 적합하고 공정한 처벌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왔습니다. 회복적 사법은 범죄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강제적 처벌보다는 발생한 손실과 깨어진 관계에 대한 책임 있는 변화가 중요한 정의의 요소로 봅니다.

회복적 사법이 추구하는 정의는 범죄를 법에 대한 위반행위로만보지 않고 개인과 그가 속한 공동체(사회)에 가해진 피해 행위로 간주하여, 상호 간에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여 공동체 전체의 안녕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피해를 어떻게 회복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중심적 역할로 참여하고, 공동체(사회)는 가해자의 책임과 피해자를 지원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최선의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으로 피-가해자 대화모임, 양형서클, 가족간협의회(FGC), 진실과화해위원회(TRC) 등이 있습니다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