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9

[칼럼]회복적 교사들께 드리는 편지 : 언택트 시대에 붙잡아야 할 교육적 가치_정용진

정 용 진 소장
KOPI 회복적정의연구소

코로나 19가 어느새 우리의 일상이 되어갑니다. 사회의 여러 단위에서 이 환란을 극복하고자 또는 적응하고자 분투하고 있지만, 그중 가장 치열한 곳이 또한 학교현장이 아닐런지요. K-방역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는 듯 보이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인들의 부러움에 찬 시선과 칭찬의 말들을 들으니, 오랜 변방국으로서의 설움과 컴플렉스도 극복할 겸, 선진국으로의 마지막 도약이라도 할 겸,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사회적 거리두기를 조기졸업하고 생활 속 방역으로 옮겨왔습니다. 우리는 환란에 강한 아니 환란을 언제나 겪어왔던 민족입니다. 우리네 삶의 치열함이 언제나 일상적으로 높았기에, 특수한 역사적 길목에서 괜시리 남들보다 뛰어나 보이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해 봅니다.

학교의 개학은 우리의 성취를 어쩌면 만방에 알리는 상징으로 쓰일런지 모르겠습니다. 그 상징을 ‘찬란하게’ 유지하는 몫은 오롯이 교사들의 일로 남겨져 있지 않은가 걱정입니다. 그렇기에 개학을 하였지만, 다시 집단 감염의 징후가 보이고,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의 목소리를 낼 때마다 선생님들의 가슴은 불안과 염려로, 돌봄의 책임과 압도하는 상황에 따른 무기력감으로 두방망이 질 치실 줄로 압니다. 어쩌면 다시 등교를 철회하고 온라인 체제가 더 지속될지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누군가는 중심을 잡아야 하겠습니다. 코로나 이후시대에 ‘뉴노멀’을 논하고 있는데, 과연 교육적 측면에서는 코로나 이전에 우리가 간직하던 ‘노멀’은 무엇이었으며, 코로나 이후에 이어질 변함없는 ‘노멀’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정상적으로 해 오던 생활이 코로나 이후에는 더이상 불가능하다고들 합니다. 많은 기업들은 이미 달라진 상황에 맞춰 자신을 혁신하고 변모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미래 때문에 미처 인지하지도 못한 채 시대에 뒤쳐진 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소위 언택트(untact)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기존의 물리적인 접촉(contact)을 통해 이루어오던 것들을 비접촉 방식으로 전환하고, 이를 융합하여 온택트(ontact)를 구현하려 합니다. 이런 전환의 핵심은 다름 아닌 물리적 환경에서 해오던 효율성을 온라인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얻고자 하는 노력일 것입니다.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학교와 수업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상처음 온라인 개학을 시행하고, 줌(zoom)으로 모여 출석을 부르고 첫 인사를 나누고, 수업도 다양한 온라인 컨텐츠를 연구해 진행했습니다. 그간 디지털 기술, 인터넷 기반이 우수하기에, 또한 수능시험에 맞춘 다양한 인터넷 강의에 이미 익숙해져 있기에, 우리는 수업도 온라인으로 성공적으로 이행해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교육적 효율성이 코로나 이후에도 온라인 환경에서 그 전만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가 주된 관심이고 평가의 지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교의 존재와 역할이 단지 지식전달과 수업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듯이, 온라인 학교환경에서도 단지 수업의 효율성과 연계성만 고민할 일인지 의문입니다.

최근 어떤 선생님의 고충을 들었습니다. 코로나 19로 한창 온라인 개학을 하고 수업을 진행하던 때인데, 한 학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피로감 때문이었는지 불평 섞인 말로, 학교에 나가지도 않고 수업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니 수업료를 돌려받고 싶다고 말했답니다. 수업과 지식전수를 돕는 교사와 학교의 역할이 온라인 환경에서 축소되니, 그 효용성에 대해 고민하던 학부모의 속마음이 불쑥 드러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그 선생님도 무언가 답답하면서도 되돌려줄 말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분의 지적이 일견 일리 있다고 여겼던 터입니다. 그렇다면 온라인 시대에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학교는 아동-청소년들의 배움의 장이면서 동시에 삶의 터전입니다. 그 속에서 지식을 습득하나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통해 지혜와 통찰을 얻고, 무엇보다 함께 모여 있기에 그 자체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몸으로 습득하고 매일매일 연습하는 공간입니다. 교사의 책무도 수업을 통한 지식전수가 있지만, 생활지도 역시 중요한 일입니다. 학교가 아이들의 삶의 터전이자 사회화를 이루는 배움의 장이라면, 생활지도는 ‘교육적 효율성’과 수업의 목표달성을 위해 학생의 문제행동을 그치게 하는 통제의 수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타인과 더불어 지낼 때 해야 할 바른 행동과 말을 배우고 실천하도록 돕는 총체적인 과정이 생활지도의 영역입니다. 우리가 생활지도를 이제는 생활교육으로 바꾸어 부르자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핀셋으로 집어내듯 문제 학생을 처리하는 깔끔한 방식, 학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훈육 장치가 아니라, 점으로 떨어져있는 개별 존재들을 선과 면으로 연결하는 관계에 우선 집중하고, 그 관계가 깨어졌을 때 다시 회복하는 법을 배워, 결국 사람 사이의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의 어울림 속에서 공동체라는 개념을 얻게 하는 노력의 과정입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독보적인 한그루의 나무로만 자라지 않도록, 자신의 능력과 권리만 앞세우느라 약자를 무시하고 차별하지 않도록, 오히려 서로에 대한 연결과 책임을 배워,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숲’을 울창히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시대에 우리는 더 이상 이렇게 살갑게 만나서, 때로는 부대끼며 배워야 할 연결성을 배우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런 연결성과 공동체성을 언택트한 온라인 환경에서 이루어야 합니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갑자기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미 존재해 왔으나 코로나 상황이 이를 전면화 한 것입니다. 온라인 공간은 이미 디지털 세대에게는 생활영역이 된 지 오래입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숨쉬고 소통하며 살아갑니다. 마치 다른 차원의 세상이 존재하고, 다른 매트릭스의 세상이 열린 것과 같습니다. 디지털 세대들은 이 두 차원이 구분이 없고, 오히려 물리적인 실제의 세상보다 가상의 세계에서 더 실재감을 느끼고 존재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코로나 이후 디지털 시대에 교육적으로 유지해야할 중요한 노멀이 있다면, 일상에서 우리가 늘 가르치고 배워왔던,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인간으로서 필수 기술, 즉 의사소통 능력, 공감능력, 감정이해능력, 갈등해결 능력일 것입니다. 오히려 온라인이라는 디지털 생활공간에서는 이런 인간 기술이 더욱 더 중요한 교육의 요소가 될 것입니다. 효율성을 측정하기 어렵고 정량화된 평가가 어려운 말 그대로 ‘교육’의 영역입니다.

물리적으로 눈으로 맞추고, 상대방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이해하고, 상대의 목소리를 들으며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이런 조건이 상실된 상태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져야하는지, 나아가 온라인 삶의 터전이 여전히 아름답고 평화로운 서로 주체의 공동체로 가꿔지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계속해서 함께 궁리해야할 중요한 사회적 질문이며, 그 논의의 선두에 바로 교사들이 계시지 않나 생각합니다.

달라진 세상에서도 여전히 한쪽에서는 경제적 효율성과 교육적 효율성, 시험과 성적, 입시에 대한 고민을 하는 일들이 있겠지만, 다른 편에서는 사람이 되는 길, 함께 사람으로 사는 길을 그 환경이 어떤 모습이든 일관되게 가르치고 고민하는 선생님들, 회복적 교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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