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7

[칼럼]’회복적 상상력’을 바라며_정용진

정용진 (KOPI 회복적정의연구소)

반가운 소식을 먼저 전합니다. ‘응징’만 부르짖는 현실에서, ‘회복’을 위한 노력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행안부, ‘N번방’ 피해자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속 지원… “3주 내 처리”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

사이버 성폭력에 시달리는 피해 여성들에게 왜 진작 이런 발빠른 조치를 못했을까요? 피해자가 별로 없기 때문인가요? 사회가 이들의 피해를 가벼이 여겨서 일까요? 피해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이들의 피해도 목숨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것을 모두가 압니다. 우리의 초점이 정의로 가는 여정중에 ‘응징’에 멈춰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회복’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걸음을 멈추어서는 안됩니다.

누군가 우물에 독을 풀었다면(사건발생), 범인을 잡아 벌해야 하고(범인 검거),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물을 지키고 울타리를 쳐야 합니다(법제도 정비), 또한 이런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경각심을 일깨워야 합니다.(사회인식 개선).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되고 독이 든 우물을 마신 피해자를 회복(피해회복)시켜야 하고, 이 소식을 듣고 공포스러워하는 공동체 구성원의 불안을 해소(안전한 공동체)해야 합니다. 그리고 함께 모여,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실행(공동체적 정의)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사회가 더욱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로 변모하기를 기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흉악한 범죄자들이 마땅한 대가와 책임을 지는 공정한 사회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법 집행이 공명정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더불어 누구더라도 피해를 입었다면 공동체와 공권력이 이들을 보호하고 회복해 주어야 합니다. 공동체와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개인은 삶의 토대를 잃을 것이고, 국가는 사회의 토대를 잃을 것입니다. 범죄자는 다 찾을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지만, 피해자는 찾아내고 회복을 도울 수 있습니다. “공동체가 지켜준다는 믿음이 없는 사회는 지옥이 됩니다. 그런 곳에서는 타인이 곧 지옥이 됩니다.”

대중의 관심은 ‘응징’에 있을지 몰라도, 피해자의 소원은 ‘회복’에 있습니다.

”정상적인 노동자로 돌아가고 싶어요. 사회 구성원으로 되돌아가서 제가 일한 만큼 임금을 받고, 그 임금으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받은 도움을 저와 같은 일을 겪으신 분들께 나누어드렸으면 해요.’’(김지은, 안희정 성폭력 사건 피해자) https://m.khan.co.kr/view.html…

한편에서는 가해자 응징과 여성에 대한 폭력 문화, 남성의 폭력 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고통받는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운동도 일어나야 합니다.

만일 우리에게 ‘회복적 상상력’이 있다면 어떨까요?
저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피해자 회복을 돕는 다양한 상상을 해 주시기를 제안합니다.
상처받고 일그러진 사회일수록 피해 회복을 통한 정의의 실현과 완성을 위해 ‘회복적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만일, 국가가 사이버 성폭력과 불법 동영상을 제작 유포한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 검거하고 엄벌하되, 불법 영상물까지도 지구 전체를 검색해서라도 삭제하고 또 삭제할 수 있다면. 삭제한 비용은 유포자에게 청구하고, 또 나오면 또 청구한다면.

만일, 자신이 나오는 불법영상을 신고하면 공권력이 직접 개입하여 제거해 주는 국가기관이 세워진다면.(지금은 불법과 사기를 일으켜 또다른 범죄를 꾸미는 민간기관, 사설업체들이 많은가요?)

만일, 피해자 지원을 위한 공동기금이 있어, 피해자가 요청한다면 신속히 신분을 보호하고, 소송비부터 치료비, 생계지원비,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만일, 국가가 수사기관 공무원(경찰, 검찰, 교정)에게 회복적 사법의 이념을 교육해, 더이상 피해자에게 ‘피해자 다움’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만일.. 만일..

여러분의 회복적 상상력을 보여주십시오.

응징을 위한 청원이 있듯이, 회복을 위한 청원도 필요합니다.

덧) 이 글은 제 페친이신 존경하는 김명석 교수님의 페북에 실린 글을 보고 반가워, 회복적 관점에서 논지를 확장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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