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4

[칼럼]회복적 경찰활동에 대한 단상_이형우

이형우 (KOPI 회복적정의연구소)

*본 칼럼은 ‘Peace Building Story 2019 가을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많은 경우 그렇듯이 이 사건 또한 친구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장난에서 시작되었다. 중학생 여자아이 뒤에서 동급생 남자아이들 3명이 농담을 하며 장난치는 것을 핸드폰으로 촬영하다가 실랑이가 벌어졌고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진 사건이었다. 그런데 몸싸움 이후에 서로가 SNS로 상대를 저격하면서 2차전이 시작되었고 결국 학교폭력 신고와 경찰 고소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사전모임에서 피해 학생과 어머니를 만났다. 피해 아이는 이 일로 병원 치료도 받았고 자신의 친구들이 상대 무리로 인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 미안하고 화가 나 있었으며 가해 아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었다.
가해 아이들도 할 얘기는 있었다. 기본적으로 먼저 장난을 친 것은 미안하지만 농담한 것을 가지고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여자아이에게 욕을 들은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SNS 공방은 상대가 먼저 시작했다고…나는 싸움을 말리려 했을 뿐인데 가해자가 됐다고…

이 일의 당사자가 모두 마주하는 본 대화모임에서는 시작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전에 얘기 되지 않았던 당사자 가족 중 한 분이 갑자기 대화모임에 오시는 바람에 상대측이 즉시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그분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원칙적으로 사전모임에 참여한 사람이거나 본 모임 참여에 대해 상대가 알고 있는 사람만 본 대화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사실에 대한 기억이 충돌하기도 하였고 이야기가 잘 풀어지는 듯하다가 다시 꼬이기도 하였으며 상대가 사용한 단어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하였다. 경찰서에서 저녁 7시쯤 시작된 대화모임은 밤 10시를 넘기고 자정도 지나 결국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충분치는 않았겠지만 다행히 피해 측과 가해 측은 이 일과 관련되어 자신들이 보인 문제 행동과 감정적 대응에 대해 사과를 주고받았으며 이러한 일들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한 부탁과 약속들을 함께 만들고 다짐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간의 긴장과 피로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갈등개입을 할 때마다 ‘안 한만 못한 결과’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 ‘당사자들은 피해와 책임 앞에 직면해야 한다’는 필요와 기대가 내 안에서 줄타기한다. 결과는 당사자들의 몫이고 조정자는 과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강의 때도 그것을 강조하지만 사실 나도 결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조정자가 결과에 집착할수록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며 과정이 공정해야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회복적 경찰활동은 ‘범죄피해와 관계의 회복까지 공동체적 문제 해결의 시도’라는 목적을 가지고 2019년 2월 경찰청이 선언하고 자문단을 위촉하면서 시작되었다. 오는 10월까지 시범 운영된 후 2020년 전국 관, 서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KOPI가 전문협력기관으로 이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아직 체계적이지도 않고 실무자들의 이해도 부족하며 행정적, 법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지만 법을 집행하는 국가 기관이 처벌을 통한 사건의 종결보다 당사자들의 관계회복에 의미를 두고 회복적으로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앞으로 회복적 경찰활동이 어떻게 자리 잡아가고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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