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3

[칼럼]교육부 학교폭력 대응책에 대한 회복적 접근 가능성에 대한 소고_이재영

이재영(KOPI 회복적정의연구소)

*본 칼럼은 ‘Peace Building Story 2019 창간 봄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교육부는 2019년 1월 30일 한참 동안 예고해왔던 학교폭력 대응절차에 대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사실 이 개선안이 발표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개선안에 대한 기본 골격은 이미 작년 상반기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개선방안 발표를 미루던 교육부는 수장이 바뀌고 나서 11월 국민 참여 정책숙려제로 개선안을 넘겨버렸다. 결국 학생, 교원, 시민, 전문가로 구성된 참여단에 의해 이번 학교폭력 대응 개선안이 도출되는 형식적 요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교육정책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교육부가 자기의 안을 내놓지 않고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정책숙려제도로 본연의 책임을 넘긴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학교 현장을 사법화시키고 학생들의 문제를 학교 밖으로 내몰았던 문제의 정책을 발표할 때는 국민의 의견을 묻지 않던 정부기관이, 지금에 와서는 그 책임을 시민대표들에게 넘기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과정이 어찌 되었든 이제 새로운 학교폭력 개선안이 발표되었다. 그 골자를 보면 다음 3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1) 학교자체해결 권한부여 2) 학교폭력 처분결과 생활기록부 기재요건 완화 3)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교육청 이관 등이다. 사실 이 세 가지는 2012년 학교폭력근절을 위한 정부종합대책 발표 이후 학교현장을 어렵게 만든 핵심 정책들이기에 지속해서 수정요구가 많았던 부분들이다. 따라서 이번 개선안에 이 부분이 다뤄진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그동안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던 재심기구 일원화가 이번 발표에서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다면 위의 3가지 개선안은 그동안의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지만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더 만들어 낼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첫 번째인 ‘학교 자체해결 권한부여’는 그 방향성에서 큰 박수를 받을 만하다. 지금까지 학교는 학교폭력 발생 시 자체적 접근이나 해결을 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권이 박탈당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문제를 직접 다루고 개입하려는 노력보다는 전담기구로 넘기는 것을 더 안전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교육활동 중에 수업만이 교육은 아니다. 생활지도를 통해 이뤄지는 생활교육도 다음 세대 교육을 책임지는 학교에는 중요한 교육영역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학교 내에서 징계를 결정하는 준사법기관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로 그 역할이 넘어가고 집중되면서 교사의 권한은 오히려 축소되어 버렸다. 또한 자치위의 일방적 처분 결정을 분쟁당사자들이 수용하지 않게 되면서 학교는 재심과 행정소송 등에 시달리는 폐단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는 결국 교사들의 에너지를 비교육적인 분야에 쏟아야 하는 낭비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교육현장의 사법화라는 가장 안타까운 결과를 낳고 말았다. 따라서 학교공동체의 힘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풀어가는 권한을 다시 부여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고 학교를 교육기관을 회복하는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관건은 학교자체해결을 위한 교육적 해결제도 도입이라는 방안이 과연 어떤 형태여야 하느냐는 구체적 세부 프로그램의 성격 문제이다. 이 부분은 이 글의 후반부에 다시 언급할 것이다.

두 번째 개선안인 ‘학교폭력 처분결과 생활기록부 기재요건 완화’ 조치이다. 사실 학교폭력 처분결과를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여 미래에 해당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반헌법적 요소가 다분했다. 이 정책은 일반적 법 상식인 한 가지 죄로 두 번의 벌을 받을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그런데도 지난 6년간 교육영역에서 이 정책이 버젓이 시행되었고 교육부와 지역교육청 사이에 수많은 논란과 갈등을 빚게 하였다. 결국 탄생하지 말아야 할 정책이 만들어지면서 학교 현장은 더욱 혼란스럽게 되었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대결하는 구도가 확산되는 슬픈 현실을 만들어 냈다. 따라서 이번 완화조치는 당연히 환영받아야 한다. 하지만 교내 선도형 조치인 1~3호 처분결과에 한하여 생활기록부 기재를 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의 요소를 갖게 된다. 예를 들어 4호, 5호 처분 결정을 받은 학생과 학부모의 경우 기존보다 더 강력하게 처분결과에 불만을 품을 확률이 높아지고 처분결과를 낮추거나 번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 뻔하다. 결국 처분결과의 기준에 대한 불만이나 처분 결정 경계의 모호성이 가져올 학교 현장의 혼란과 불신문제는 여전히 큰 숙제로 남게 될 것이다. 이참에 이명박 정부에서 만들어 낸 이 불합리한 정책을 완화를 넘어 폐지하여 학교현장의 혼란을 막고 교사들을 민원과 소송대응 업무로부터 구해줘야 한다.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왜 사법기관보다 더 강력하고 응보적인 조치가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학교를 교육기관으로 되돌려 놓아야 할 때이다.

세 번째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교육청 이관’ 부분이다. 개별학교에 자치위 교육청 이관 이슈는 숙원사업과 같은 것이었다. 자치위 개최 기준의 모호성, 처분결과에 대한 책임소지 문제, 학교 문제의 소송화, 학부모 민원 증가, 결과에 불만인 학생들의 생활지도 어려움, 자치위원들의 비전문성과 이해관계 충돌 문제 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따라서 비전문가인 학부모가 자치위 구성의 50%를 넘는 현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교사들의 업무를 경감하기 위한 자치위 교육청 이관은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인 대책이라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 내막을 좀 더 들여다보면 또 다른 측면의 많은 문제가 예상된다. 우선 교사의 업무가 크게 줄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는 어쩔 수 없이 사안을 조사하고 서류를 갖춰 교육청에 신고 또는 통보를 해야 하고 이는 지금도 전담교사들이 자치위를 위해서 하는 업무이다. 그러는 사이 학생들의 안전과 관계상의 문제를 다뤄야 하는 것과 학부모의 민원에 대응해야 하는 일은 여전히 교사들의 업무로 남는다. 또한 교육청에 설치될 자치위 기구의 성격은 더 많은 사법 전문가들이 포함되는 사법기구의 성격을 띨 것이 뻔하다. 학생들의 일차적 관계성이나 맥락을 알기 더 어려운 지역교육청의 기구는 법원처럼 서류를 통한 결정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아무리 객관적이고 전문적 기준에서 사안을 처리해도 학교현장으로 돌아오는 결과는 당사자들을 변화시키거나 만족하게 할 확률은 묘연할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교육청의 담당 인력으로 그 많은 관할구역 학교들의 학교폭력 사안을 다루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이냐는 문제이다. 담당 부서 실무자들의 업무폭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과부하 현상은 물론 교육청 자치위의 위원들은 거의 상근직으로 근무해야 할 상황이 될 것이다. 과연 이것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 일지 우려가 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근본적으로는 도시의 교육 최고 책임자인 교육장이 경찰서장과 검찰, 법원의 지원장처럼 그 지역의 치안을 책임지고 처벌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역할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가 하는 점이다.

이처럼 이번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대응절차 개선방안은 분명 현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발전적 방향을 고민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 오히려 몇 가지 실행에 있어 치명적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보완해야 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교육부가 여러 고민 끝에, 더욱이 국민참여정책참여제를 통해 결정한 방침을 수정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개선안 발표에 담겨 있는 몇 가지 정책을 잘 가다듬음으로써 2020년 실행 이전에 정책 보안을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결국 학교 스스로 학교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교육적이고 자치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학교 내의 갈등이 외부로 증폭되는 것을 막고 교사들의 권위회복과 학생들의 관계회복을 근본적으로 돕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선안의 핵심을 [학교공동체 회복위원회]이라는 학교 내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에 입각한 분쟁해결기구의 신설을 통해 풀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교육부 발표에도 ‘교육적 해결 여부는 학교장 단독으로 판단하지 않고, 학칙으로 정하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라고 정리하고 있다. 만약 이 위원회의 성격을 또다시 선도와 징계를 목적으로 하는 위원회로 규정한다면 이번 개선안은 발표할 이유조차 없다. 교육부 발표 안대로 ‘학교의 교육력 회복 지원’이라는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위원회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학교공동체 회복위원회(이하 회복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 기구이다.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에 기초하여 잘못을 한 사람의 처벌로 정의를 이루는 것을 넘어, 피해자와 피해의 회복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다. 이 말은 처벌의 내용이 단순히 일으킨 피해에 상응하는 고통의 부과가 아닌 피해의 회복을 위한 직접적이고 자발적인 책임의 기회를 통해 채워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자발적 책임을 진 학생은 용서와 공동체로의 복귀가 안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학교공동체 회복위원회의 궁극적인 과녁은 처분 결정이 아니라 피해와 관계회복을 통한 공동체 회복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처분은 결정되었지만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현행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건의 초기부터 당사자들이 직접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도록 돕는 환경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접촉금지가 핵심이 아니라 당사 학생들이 안전하게 자기들의 피해와 책임을 이야기하고 들을 수 있는 보장된 환경을 제공하여 스스로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공동체가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결국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고 사회가 생활지도를 교육영역으로 재인식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회복적 대화모임을 이끌 수 있는 훈련된 진행자들의 확보이다. 회복위원회의 구성은 교원과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이뤄지는 것은 지금의 자치위와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혀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을 모르고 진행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회복위원회 위원들은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고 회복적대화모임이나 서클 등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는 교원과 회복적 정의 훈련을 받은 학부모와 지역사회 인원으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만약 이런 자원이 없을 경우 위촉된 회복위원회 위원들은 최소한의 교육훈련을 통해 회복적 접근의 의미를 이해하고 분쟁해결을 위한 진행능력을 습득하도록 도와야 한다. 만약 회복위원회 구성을 6~7명으로 할 경우 교원과 학부모, 지역자원 반반으로 위촉하고, 위원들은 15~30시간의 훈련을 통해 기본적 프로그램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교육청에서 담당 학교마다 2~4명의 조정훈련을 받은 진행자를 양성하여 회복위원회 진행을 담당하게 할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2020년 새로운 개선안이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2019년 한 해가 이런 준비를 지역교육청들이 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 할 수 있다.

[학교공동체 회복위원회]를 통한 학교 내 분쟁해결 접근이 늘어날수록 피해 측에서 요청하는 피해회복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이 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가해측에서는 교육청에서 진행되는 징계기구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피해회복의 실질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처럼 개최와 동시에 처분 결정으로 귀결되는 일방적인 제도가 아니므로 자발성과 대화를 통한 분쟁해결의 문화를 만들 수 있다. 또한 학생들과 교사는 학교분쟁해결 과정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서 역할을 부여받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될 학생들을 민주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키우는 교육적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즉 학교현장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취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학교공동체 회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이 모든 학교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오히려 회복위원회가 다뤄야 할 사안은 전체 학교공동체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10~20%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은 학급과 학년에서 어떤 형태의 위원회로도 사안이 올라오지 않도록 근본적인 예방과 초기 대응을 회복적 접근으로 잘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교사와 학교가 회복적 생활교육을 프로그램이 아닌 교육 패러다임으로 깊이 이해해야 하며, 단순한 몇 가지 프로그램 진행을 넘어 생활지도 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학년별 생활지도 운영체제와 사안 처리 전담이 아닌 회복적 생활교육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통해 담임의 학급 공동체성 강화를 돕고 초기 갈등을 회복적 관점에서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결국 예방과 사후처리라는 생활지도 영역이 전반적으로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 토대 위에 이뤄지는 ‘회복적 학교 시스템’ 구축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현재 경남교육청에서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의 컨설팅으로 추진하고 있는 ‘회복적 생활교육 지원체계’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 지원체계는 교육청 내에 회복적 생활교육 지원센터와 같은 기구를 설립하여 그 지원영역 안에 1)회복적 생활교육 교사연구회 2)회복적 학교 모델학교 3)분쟁조정지원단 4)회복적 생활교육 마을강사단 등의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 및 지원하는 컨트롤타워를 말한다. 이는 정책의 연속성과 상호효율성을 높이고 생활지도가 문제 학생들 ‘에게(to)’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학생들과 학교공동체 전체를 ‘향해(toward)’ 있도록 방향을 선회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교육부의 학교폭력 대응절차 개선방안 발표로 지난 10여 년간 지속해서 제기했던 [학교공동체 회복위원회]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하는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부디 이번 정책변화가 학교공동체의 또 다른 혼란의 시대가 아니라 공동체 회복에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또다시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위하여 분발하는 전국의 교사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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