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9

[현장소식] 회복적 정의 연수 – 병원

직장, 공동체로 거듭나기

바야흐로 회복적 정의의 가치가 사법과 학교를 넘어 직장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른바 회복적 조직의 실험은 이미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더 나은 회사, 더 좋은 근무여건을 바란다. 직장, 그것은 내 삶의 터전이자 생존의 기반, 존재의 완성이다. 평범한 우리들의 삶의 질은 직장에 달려 있다. 때문에 취준생들은 취업이라는 열매를 획득할 수 있다면 젊음이라는 자원을 헐값에 매각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직장은 기실 전쟁터이며, 생존을 위해 온갖 모멸감을 감수하며 버텨야 하는 감옥이다. 출근하자마자 퇴근을 향한 몸부림이 시작되고, 퇴근은 곧 해방이며, 역설적으로 직장인들은 퇴사라는 희망을 마음에 품는다. 그러나 로또 당첨의 대박이나 조물주보다 높은 건물주의 꿈은 그저 환상일 뿐이니, 우리는 그저 더 나은 곳 혹은 덜 힘든 곳을 찾아 헤맬 뿐이다.

그러나 파랑새는 어디에 있나? 직장이라는 공간이 이렇듯 사람들에게 이중적인 위치와 의미를 지니는 것은 비단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인간조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직장에서 노동해야 생존하는 그 조건도 문제겠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직장경험이 늘 부정적인 탓이 더 크다. 부정적인 경험이 확대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직장을 업무를 수행하는 공간만으로 한정해 과업과 임무만 중시하다보니 조직의 성과에 가려 직장을 사람이 부재한 공간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과라는 조직의 논리와 생리를 위해 사람을 찌르고 상처를 준다. 직장을 선택할 때는 조건을 보지만, 떠날 때는 사람 때문에 떠나게 되는 이유이다.

파랑새는 가까이에 있다. 직장, 조직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동체로 전환하고, 함께하는 동료가 조직을 위한 소모품이 아니라 사람임 인식할 수 있을 때, 조직은 지속가능한 건강한 상태로, 사람들은 업무와 생활에서 부딪치는 갈등으로 대립하고 반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선생이 된다.

병원이라는 조직은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를 지닌 만큼, 여러 층위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복잡한 공간이다. 의사와 간호사, 인턴과 전공의, 환자와 의료인, 행정직원과 검사요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모여 병원이라는 조직을 떠받치고 있다. 더구나 이곳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여느 조직보다 엄중한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

회복적 조직은 성과가 아니라 관계에 집중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라 그 일을 하는 우리에 집중한다. 서울 소재의 한 병원은 직원중 절반 가까이가 신뢰서클을 경험하고, 병원 조직을 건강한 공동체로 전환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서클을 경험한 의사와 간호사, 인턴과 레지던트들은 당연하지만 잊고 있던 가치, 사람의 의미를 다시 찾았다고 고백한다.

과거에는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 위해 손쉽게 제거해야 할 대상부터 찾았지만, 이제는 둥글게 둘러앉아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며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한다. 이를 위해 작년부터 중간관리자들이 회복적 정의의 개념과 원리를 배웠고, 또한 병원 내에 갈등조정자로 KOPI의 96시간의 교육을 이수한 20여 명의 조정자들이 올해부터는 다양한 문제 상황을 회복적 접근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 생겨나는 변화를 보는 일이 흥미롭다.

일반 조직과 직장이 회복적 조직으로 전환되는 가능성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병원이 환자의 회복과 치유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관계 또한 회복을 경험하는 진정한 치유의 장이 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상징적인 회복적 조직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아직은 작지만 의미있는 이 실험에 우리가 주목해야할 이유이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 정용진 소장